실태: 전주비빔밥에 던진 무리수 Discovery

<전국서 가장 비싼 전주비빔밥> 실태① 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찾아가 대안 편도 함께 읽어봤다. 나 바쁜데, 골치가 지끈지끈해진다.

전주비빔밥이 2만8000원이면 안 되나? 이 기사는 무턱대고 7000원 기준만 들이밀고 있다. 맞다. 7000원짜리 전주비빔밥, 3000원짜리 기사식당 비빔밥도 세상에 모두 필요하다. 그 가격에도 걸맞은 맛을 얼마든지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육회부터 나물까지, 그만한 가격을 받을 만한 재료가 들어가는 비빔밥도 세상엔 있어야 하지 않나. 2만8000원짜리 전주비빔밥을 사먹을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전주비빔밥이라는 유니크한 음식의 원형이 보존되기 위해 좋은 재료를 듬뿍 써 '완성'된 전주비빔밥도 남겨져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빔밥이 원래 서민음식이라는 식의 리플도 보이는데, 그 옛날 서민들이야 집에서 담근 좋은 장에 산과 들에서 딴 좋은 나물이 도처에 깔려있었으니 부담없이 서민적인 비용으로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 당시의 서민음식 맛을 내려면 장값 비싸, 나물도 비싸, 서민이 먹을 가격에 못 맞춘다. 게다가 현재의 전주비빔밥은 육회가 들어간 것을 말한다. 나물만 제대로 넣어도 비싼 것에 육회까지 좋은 것으로 해서 넣으려면 그 코스트는... 어휴. 

전주비빔밥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39호인 김년임 명인의 '가족회관'에서 처음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회관에서는 전주비빔밥을 이렇게 만든다.

전주비빔밥은 흔하디 흔한 비빔밥이 요리로서 완결된 형태를 보여준다.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마치 신선로처럼 배열해 눈으로부터 맛을 느낀다. 황(황포묵, 콩나물, 황백지단, 은행) 청(호박, 시금치, 오이), 백(밥, 도라지, 더덕, 무, 밤), 적(당근, 소고기, 고추장), 흑(표고버섯, 고사리, 다시마) 오방색이 질서정연하게 어우러진다. 마치 장인이 씨줄과 날줄을 엮어 베를 짜듯, 20가지 재료가 고운 자태를 뽐내며 방짜유기그릇에 담겨진다. 그래서 김년임 명인은 전주비빔밥 만드는 것을 ‘비빔밥을 짠다’고 표현한다. 고슬고슬한 밥은 찬물에 하루 이상 우려 핏기를 꼼꼼히 제거한 사골을 오랫동안 가마솥에 고아 낸 육수로 짓는다. 비빔밥의 고소함을 더하는 참기름은 30년 단골 기름집에서 짠다. 그리고 비빔밥 위에 올라가는 소는 전주 지역의 농산물을 새벽같이 장봐와 일일이 손으로 썰어 사용한다.

비빔밥도 안 좋아하고, 전주비빔밥도 안 좋아하고, 가족회관이 실제로 어떤 재료를 가져와 어떻게 조리하는지도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렇게 만든다고 하는 전주비빔밥 정식이 1만2000원이다. 전주비빔밥에 몇 가지, 아니 9가지 찬과 국도 곁들였다. 이게 7000원으로 통일되면 좋을까? 이 음식에 1만2000원이면 비싼 건가? 기사에 나온 한정식 스타일로 찬까지 준비하려면 2만8000원도 터무니 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사 중 전주비빔밥에 반찬이 많을 필요 없다는 황교익 씨 의견에는 동감하는데, 전주비빔밥을 한정식에 포함시켜 파는 음식점이 있다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는 이해가 안 된다. 

기사에 볼멘소리가 등장하는 '관광버스 전주비빔밥집'은 흔히 여행사 계약해 단체장사 하는 집들이 그렇듯 여행사에 커미션 떼주느라 가격에 비해 음식의 질이 낮은 거야 당연하다. 흔한 악습 아닌가. 그런 음식점이 2만8000원짜리 전주비빔밥을 공격하는 논거로 쓰이는 건 악의적이란 생각 밖에 안 든다. 어딘진 몰라도 2만8000원짜리 그 한정식-전주비빔밥 집의 원가 계산을 해서 비싸게 받는다고 공격했다면 수긍했을 것이지만 이건 도무지 무리수다.

언제까지 '싸고 맛있는' 음식만 찾을 건가. 문명의 관점에서 보려면 '맛있다'는 의미는 완성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완성형에 접근하려면 손이 더 가고, 재료가 더 좋아져야 한다. 싸고 맛있는 음식은 그런 맥락에서는 원칙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납득할 만한 맛이 날 뿐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이라는 데엔 변함이 없다. 그 정도 맛이면 평소 먹는 끼니로 충분하다. 그야 물론 비싸고 맛없는 음식도 있지만, 자라 보고 놀란 못난 가슴으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호도할 필요는 없다. 음식을 이름만 같다고 한 무리로 뭉뚱그려 생각할 줄만 아는 기사의 논조가 못났다. 

기사의 의도가 관심 끌 만한 쉬운 아이템으로 추석 전에 광고수익 한 방 터트려보자는 건가?


<이미지 출처: 가족회관 배포 자료>

덧글

  • 한잎 2012/09/27 22:54 #

    인용하신 부분만 보면 저 정도 정성에 일만이천원이라니.. 싼 것 같은데요??!!! 이상하게 한식은 비싼 값을 받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naut 2012/09/28 00:04 #

    도미노피자의 해동 가열 파스타가 7000원인가 하죠? 파스타도 2만원 넘어가면 바가지 소리 듣지요. 한식만의 문제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 체리녹차 2012/09/28 10:19 #

    솔직히 전주 사람으로써 (지금은 경기도에 있지만.)
    전주 비빔밥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맛있다. 라고 느껴 보진 못했습니다.

    집에서 찬밥에 아무거나 넣어서 비벼 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느끼지만,
    기대 하고 먹었다가 자기 생각 보다 맛 없으면 '맛은 없는데 가격만 비싸다.'라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아요.
    가격 대비 맛있다. 가격만큼 맛있다- 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
  • naut 2012/09/30 13:22 #

    제가 그래서 비빔밥 싫어해요. 뒤섞으면 지저분한 데다다가 뭘 넣어도 고추장과 참기름 맛만 나서 ;ㅅ;
  • atom 2012/10/16 11:46 # 삭제

    비빔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거의 안넣고 먹어보셨나요? 제가 그렇게 먹거든요. 참기름은 안넣고, 고추장은 일단 비비고 난 후 맛을 보고 넣습니다. 나물류에 양념이 되어 있어서 싱겁게 먹는 제입맛엔 별도의 추가 양념이 없는 것이 더 맛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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