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Discovery

ceci n'est pas une pomme. 
르네 마그리트의 말대로,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사과가 맞긴 한데, 사과가 다 같은 사과가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품종의 사과가 제각각 다 다른 사과다.


사과라는 과일은 전세계 어디서나 흔하고, 싸고, 누구나 잘 먹고, 무엇보다도 사시사철 마트와 시장에 깔려 있는 고마운 분이시다. 바로 거기서 사과의 문제가 시작되는데... 

도통 맛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과의 버석버석한 저작감은 정말이지 끔찍하다고 느끼게 되어 사과를 한동안 끊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어디서 먹은 사과 하나는 또 맛이 있더라. 새콤한 맛이 강하고, 그러면서도 달고, 서걱거리지 않는 육질에 과즙도 많은 것이 아주 그냥... 그래서 그 맛나는 사과를 찾아내 알고 먹겠다는 집착으로 사과 품종을 좀 뒤져보며 맛나는 사과를 찾아봤다. (이 블로그는 어째 점점 geek스러워집니다)

10월 부사>>
그 문제의 사과가 바로 부사다. 찾아보니 한국에서 키우는 사과 품종 중 가장 저장성이 좋아 10월 하순에 수확해 -1~5도에서 최장 6개월을 보관했다가 여름까지 조금씩 시장에 풀어낼 수 있다고 한다. 당도가 14.6브릭스로 높고 산도도 0.38%로 적절하고 무난한 사과 맛이 난다고... 조직감이 버석버석한 것은 사과 특성에 오랜 저온 저장에 따른 결과가 합쳐진 것이리라 생각된다. 부사는 Fuji라는 품종에 또다른 교배를 해서 미시마후지, 로얄후지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착색이 불량하고 왁스가 적어서 맛있게 생기진 않았지만 맛은... 다른 사람들은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 땅에 가장 흔한 사과. 

8월 아오리(쓰가루)>>
여름에 나오는 파란 사과. 육질이 치밀하고 과즙은 많고 당도는 높고 산미는 낮다고 한다. 어디선가 본 얘기로는, 이 품종이 원래 빨갛게 익혀 먹는 품종인데 여름사과로 파랄 때 따서 먹는 거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같은 품종을 빨갛게 익혀 먹는다고 한다. 다 익은 아오리 한 번 먹어보고 싶네?

8월 시나노 레드>>
당도가 12~13%인데 산도는 0.4~0.5%니 산미가 더 강한 사과일 것이다.

8월 산사>>
흔치 않다고는 하는데, 크기가 작고 과즙은 많고, 당도가 13으로 낮지만 산도 0.4%로 '새콤달콤'의 표본이 아닌가 싶다. 

9월 홍로>>
육질이 치밀하고 과즙이 많고, 당도가 15로 매우 높고 산도는 0.31%다. 표피에 왁스가 많아 반질반질한 게 예쁘다.

9, 10월 시나노스위트>>
당도가 14도 전후고 육질이 부드럽다. 후지와 쓰가루를 교배한 품종이라고.

9, 10월 료카>>
당도가 13.2로 낮은 편이지만 산미가 좋다고 한다. 350g 이상까지도 자라 크기도 큼직하다. 선홍색 표피가 꼭 복숭아 같고만.

여기까지 찾았는데 별로 유용한 게 없어서 농업진흥청의 품종 정보까지 찾아 보니 이쪽엔 22종의 사과가 등록돼있다. 통용되는 품종명과 매치할 수가 없어서 어느 과수농민의;; 블로그와 http://cafe.naver.com/yeongbong를 참고했다. 맛있는 사과에 대해 속시원하게 정리된 것을 발견하지 못해 내가 덜 geek한 것 같기도 하고 우울하다.

아무튼 농업 정보 부족으로 더 알아보긴 힘든 모양이지만 맛있는 사과를 찾는 게 중요하다. 간식으로 깎아 먹는다고 쳐도 맛있는 사과가 필요하고, 주스를 먹는다고 치면 또 거기에 어울리는 사과가 있을 것이며 소스를 만들거나 요리에 쓰기 좋은 사과도 그때그때 알맞는 품종을 선택하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과는 다 똑같은 사과가 아니다. 마트에서 사과를 팔 때 머루, 캠벨, 거봉으로 포도를 구분해 파는 것처럼 품종도 명기해서 팔면 얼마나 좋을까. 사과나 배, 복숭아 같은 과일 뿐 아니라 감자, 양파, 마늘 등 모든 농산물이 품종 구분 없이 다 같은 것으로 팔리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종을 정확히 알고 먹고 싶다. 맛이 떨어지는 품종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점점 맛있는 품종만 살아남게 될테니까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신품종일수록 맛보다는 외형이나 작목 편의성이 중시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즐거운 개드립의 시간이 시작되어, 사과를 사용하는 모든 방법을 품종에 따라 잘 정리한 인포그래픽을 하나 업어왔다. 사과가 더 많고, 사과를 더 다방면으로 쓰는 미국에서 온 거라 조리용 사과도 엄격히?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용 사과 품종인 애플의 iOS5도 깨알 같이 소개했다.


그리고 본격 개드립의 시간.



자고로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가장 맛있어보이는 법.
그래서 애플도
한 입 잡솼다.

그런데 정작 애플의 첫 로고는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에 머리를 맞기 직전의 아이작 뉴턴이었다. 3번째 동업자인 Ronald Wayne이 고안했다나...

여기서 애플 로고 변천사 트리비아를 읽어볼 수 있으니 한 번 보고 웃어줍시다.



이게 다 맛있는 사과를 못 찾아내서 그런 거다 ㅇㅇ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덧글

  • 다루루 2012/10/19 21:46 #

    부사가 없다능...
  • 2012/10/19 22: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다루루 2012/10/19 22:43 #

    부사랜다, 말이 햇갈렸네요, 능금이요 능금. 아니, 사과랑은 약간 다르댔나.
  • naut 2012/10/19 23:02 #

    완전 예측이지만, 능금은 토착품종이었는데 외국의 사과가 들어오면서 신나게 접붙이던 시기 쯤에 흐지부지 유명무실해진 거 아닐까 싶어요. 순종 능금이 있나요?
  • 푸른별출장자 2012/10/19 22:36 #

    동양권 특히 한국과 일본은 테이블 사과라고 해서 당도 높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사과 위주로 개량을 했고 서양권에서는 술(유명한 것이 캐나다의 피나클 와인 이나 중부 유럽의 칼바도스) 이나 요리용 (독일등 중부유럽의 사과 튀김, 애플 스트루델(Apfelstrudel) 이나 Apple Pie 등등), 겨울을 보내기 위한 잼용으로 많이 개량을 해서 그런 것은 바로 먹으면 좀 거시기 합니다.

    종묘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던 60년대-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홍옥이라는 품종이 주종이었고 스타킹이나 고리뗑(골든 품종) 같은 품종을 한국에서도 많이 재배했지만 이런 종류는 맛이 한국사람들에게 맞지 않았는지 70년대 중반부터 후지 계열로 바뀌기 시작하고 그 뒤에 아오리 품종이 들어 왔습니다.

    중국에서는 사과와 배를 접붙인 핑궈리(苹果梨 빈과이: 사과를 빈과라고 합니다 )라는 것이 있는데 연변의 특산품이기도 합니다.
  • naut 2012/10/19 22:57 #

    사과 종류가 접 붙이는대로 너무 세분화돼서 root이랄 만한 품종을 알기도 힘들게 돼버린 것 같아요. 그리고 부사/후지가 그렇게 맛있는 사과일까요...? 사과는 가장 만만한 과일인 만큼, 언제가 되더라도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
  • 푸른별출장자 2012/10/19 23:10 #

    사과의 원형은 중동과 가까운 지역이라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능금이 있었고 병자호란 뒤에 청나라에 갔던 사신들이 가지고 돌아 온 신품종 덕분에 재래종 능금은 그 때 벌써 거의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주 시골 지역에 정원수 삼아 키우고 꽃 사과 열매보다는 크지만 현재의 사과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돌사과 계열이 이때 청나라에서 건너온 품종이든지 아니면 그 이전의 품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와 비슷한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한 역사는 일제 시대때 대구에 온 미국인 선교사가 가지고 온 홍옥에서 시작했다고 하네요.

    사과는 품종마다 용도가 따로 있으므로 이것이 '절대 맛의 진실 사과' 같은 것은 있을리가 없겠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사과인 부사 계열이 그래도 그냥 먹기에 좋은 사과인 듯 합니다.
    특히 청송/봉화 쪽에서 나는 사과가 제 기억에는 참 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리보고 조리보는 요리용 사과는 그냥 먹으면 퍼석하거나 아주 신 맛이 강하죠.
  • naut 2012/10/19 23:17 #

    우와 잘 알려주셔서 신나요 :) 조직이 퍼석하기보다는 견고한 편이고 신맛이 톡 쏘는데 단 맛도 치고 올라오는 그런 사과...를 찾고 싶어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였죠 ㅎㅎ(그럴 거면 복숭아를 먹으라고요? 네...)
  • 푸른별출장자 2012/10/19 23:20 #

    그런 사과가 바로 홍옥이었습니다... 진짜 시고 약간 달고 조직은 치밀한...

    그런데 애석하게 홍옥 많이 심던 시절에도 그런 참맛나는 홍옥은 한박스에 몇개 없었어요.

    지금은 홍옥 전멸...

    캐나다나 미국 북부에서 양조용으로 홍옥 계열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무슨 개량을 했을지가...
  • naut 2012/10/19 23:24 #

    아- 어릴 때 먹었던 사과가 더 맛있었던 기억이 현실이었군요; 사전을 찾아 보니 답이 나옵니다. 키우기 힘드니 개량품종으로 대체들을 했던 거군요. 요즘도 대량유통보다는 소규모 인터넷 판매로는 파는 것 같은데 찾아봐야겠습니다 ^^

    한국에서 오랫동안 재배된 품종으로 수세(樹勢)는 보통이고 익는 시기는 10월이며 만생종이다. 과실 모양은 원형이고 껍질은 짙은 홍색이다. 과실 무게는 170∼230 g, 품질은 중상(中上)이나 병에 약하고 수확 전에 낙과가 심하다.
    [출처] 홍옥 | 두산백과
  • 푸른별출장자 2012/10/19 23:51 #

    제가 어릴 적에 고향은 아니지만 꽤 오래 살았던 곳이 대구인지라 사과를 많이 접하고 살았죠.

    그래봐야 뭐... 시장에서 사먹는 것이었지만...(대구라고 집뒤에 과수원 있던 것은 아닙니다... 마음만은 특별시고... 실제로도 꽤 번화한 도심의 끄터머리인 변두리지만 도시풍이 강하던 곳에 살았습니다... )

    그래서 사과 이야기에 조금 아는 척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전에 홍살치 찾아 주신 보답이기도 하고요.
  • naut 2012/10/19 23:55 #

    감사합니다. 그 생선은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던 것인데 지식을 나눠 받네요 :)
  • 시크라멘트 2012/10/19 22:52 #

    사과도 사과사과 스럽네요.
  • Bewitcher 2012/10/20 00:44 #

    흐흐. 사과 엄청 좋아해서 거의 매일 먹다시피하는 저는 처음 시드니에서 마트에 갔을때 무슨 사과를 사야할지 몰라서 하나씩 다 사서 먹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나서 느낀점은 한국사과가 참 맛있구나.. 하고...
  • naut 2012/10/20 08:10 #

    한국에서도 이렇게 헤매는데, 외국 가면 또 미지의 품종이 잔뜩인 데다 아예 요리용으로 나오는 사과 종류도 있으니 현기증이 :-0
  • 밥과술 2012/10/20 01:47 #

    재밌는 글 잘보고, 배우고 갑니다~
  • naut 2012/10/20 08:10 #

    감사합니다-
  • 迪倫 2012/10/21 11:25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 위의 그림 중에서 하니크리습(honeycrisp)이 아마 찾으시는 신맛이 나면서 단 사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도 정작 수많은 품종 중에 실제 생과일로 먹는 것은 대략 10종 이내인 것 같습니다. 제일 흔한 것은 매킨토시 (바로 애플의 최초 모델명입니다 ^^ 지금 맥은 매킨토시를 줄인 이름이구요)이고, 최근에는 후지가 대세가 아닌가 싶은데, 전통의 레드 딜리셔스와 그래니 스미스도 꾸준한 편입니다. 제가 사과를 좀 좋아해서요 ^^
  • naut 2012/10/21 11:28 #

    생긴 건 레드 딜리셔스가 딱 군침 도는데 말이죠 ^^
  • 타누키 2012/10/21 11:44 #

    레드 딜리셔스가 백설공주에 나오던 사과같아 한번 먹어보고 싶다~
    했는데 밑을 보니 말에게나 주라는 선택지가;;;;;
    잘봤습니다~ ㅎㅎ
  • 만가 아이 2012/10/21 11:57 #

    재밌게 보고 갑니다 ,~ 왠지 철학적인 것같네요 ^^
  • 밴자민 2012/10/21 13:02 #

    재미있는 글을 잘 보고 갑니다.
  • DECRO 2012/10/21 15:21 #

    레드 딜리셔스가 말에게나 주라니 뭔가 이상한 챠트인데요.
  • naut 2012/10/21 16:31 #

    생긴 것도 홍옥/홍로 비슷하고 다른 레퍼런스에선 맛있는 거라고 해서 이상하긴 했는데 어쩌겠습니까. 저 인포그래픽 만든 사람이 싫어하는가보죠 뭐 :-0
  • 미사 2012/10/21 16:43 #

    오오오, 멋지십니다. 담아가기 기능이 있으면 담아가고 싶은 포스팅이네요~^^
    전 사과라면 홍옥!! 홍옥이야 말로 진정한 사과라고!!!
    그런데 홍옥은 장기보관이 어렵고 그 새콤!!달콤한 맛이 호불호를 많이 타 정말 많이 사라지고 비싸졌죠. 9월말에서 10월 요맘때까지가 홍옥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가 엄청나게 먹어댑니다. 이번만 해도 남편과 함께 두 박스를 해치우고 있네요^^;;
    올해는 한박스 36과짜리가 4만4천원이더군요 -_-

    그런데 사진의 레드 딜리셔스.......는 이름과 달리 ㄷㄹㄱ 맛없는 ㄷㄷㄷ 홍로랑 비슷하지만 맛은 전혀 아닙니다!!! 딜리셔스는... 얼어죽을 딜리셔스라고 생각이.... ㅋ
    산사는 산사춘의 원료가 되는 산사인데, 크기가 서양체리보다 조금 더 큰 사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거는 그냥 먹기보다는 엑기스나 술, 식초 담궈요오~~
  • naut 2012/10/21 17:21 #

    와, 사과식초 담아보셨어요?
  • 미사 2012/10/21 17:29 #

    네. 술 담그는 과정에서, 적당한 시기에 걸러서 2차발효를 시키는건데, 게을러서 그 과정을 늦게하면... 술이 아니라 식초가 됩니다 ㅋㅋ
    포도식초도 그렇게 담아요^^
    간단하게 담그시려면, 사과를 적당히 썰어서 중량 10% 설탕에 버무린 후 생막걸리 한 테이블 스푼 넣어서 한 한달 정도 방치하면 식초가 됩니다 (여기서 꽉 밀폐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 +_+)
  • naut 2012/10/21 18:14 #

    간단하네요. 맛도 당연히 나대지 않고 부드럽게 시겠죠? ㅎ
  • 미사 2012/10/21 19:09 #

    자연스럽게 아주 시죠 ㅋㅋㅋ
    식초는 한달쯤 뒤 걸러서 병입해 2차발효를 천천히 시켜요. 바로 먹어도 괜찮지만 뭐든지 좋은 건 시간아 오래 걸리더라고요. 일년이상, 오래오래 둘수록 좋은 식초가 되요. 포도식초도 오년이상 발효시킴 발사믹 비네가니까요
  • naut 2012/10/21 21:48 #

    만들어보고 싶네요 불끈불끈;;
  • 미사 2012/10/22 08:52 #

    만들어보세요. 어렵지 않아요. 주의사항은 단 두개.
    1. 썩거나 곯은 부분 잘 도려내시고, 씨는 꼭 빼시고.
    2. 뚜껑을 밀폐하지 말 것.

    간편하게 막걸리라고 했지만 효모나 누룩이 살아있는 거면 뭐든지 됩니다. 자연발효 감식초를 넣으셔도 되고 와인 만들때 넣는 효모를 넣으셔도 돼요.

    모든 식초는 저렇게 만듭니다. 설탕비율은 가감이 가능하고요^^
  • naut 2012/10/22 09:33 #

    숙성 중에 온도 조절을 신경써서 해줘야 하지요? 음;;;
    근데 블로그에 집에서 식초나 술 등 먹을 거 만드신 얘기는 안 쓰시나요 ^^
  • 죽음에데스 2013/01/29 11:36 #

    첫 그림에서 Red Delicious 라고 나와 있는 것이 홍로 맞죠? 이걸 가장 좋아합니다. ㅠㅠ 너무 정리 잘 된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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