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파파포, 상수동 Review

제대로 된 냉면집이 없는 홍대는 은근 해장의 불모지인데, 다락투 닭곰탕이나 죽어도 먹기 싫은 콩나물국밥 외의 훌륭한 대안이 나타나주셨다. 쌀국수님! 슬슬 블로그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인 리틀 파파 포 Little PAPA Pho입니다. 상수동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합정역에서 아주 가까운 서교동. 남들이 맛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정말 맛있었던 흔치 않은 식당이다. 분명 베트남에서는 동네 최고 미남이었을 베트남 총각(?)이 쌀국수를 맡는다. 어쩌다 홍대로 오셨나요. 고맙게시리...

우선 음식이 깨끗해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처음에 주는 차도 깨끗하고, 음식도 모두 깨끗하다. 더러운 숙주를 마지못해 탈탈 털어 넣는 체인 쌀국수집들에 대한 한이 모두 풀림. 맛은 - 일단 내 입맛은 둔한 것인지 무신경한 것인지 대범한 것인지, 뭔가 겪어보지 않은 맛이 나도 전혀 개의치 않고 맛있으면 맛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이 되기는 무리라서 - 생경한 향이 훅 나는 고기국물이다. 아무리 둔한 나라지만 먹기 힘든 중국 본토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방콕 로컬들 저녁 식사 해결하시는 길바닥 식당에서 200원 주고 사먹은 쌀국수와 연결되는 향이 난다. 베트남은 안 가봐서 모르겠고. 뭐가 들어가서 이런 향이 나는 건진 몰라도 아무튼 기분 좋은 향과 맛. 말도 안되는 본토맛 타령 같은 건 할 생각이 없고, 그냥 딱 잘 안 먹어본 맛이었다. 조화로운 맛이었으니 그거면 됐지 본토 타령은 왜들 그리... 그리고 음식의 간이 똑 부러지게 좋아 마음에 들었다. 짜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짠 맛이 딱 적당한 상태. 쌀국수 육수뿐 아니라 스프링롤도 그래서 스윗칠리소스 같은 거 찍지 않고도 그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콕 찍어서 말하자면 체인 쌀국수집보다 3배쯤 맛있(을 수밖에 없)다. 먹고 나서 좀 졸린 것으로 보아 조미료를 아주 적절히 사용한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조미료 감별사도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고. 외식, 특히 외국 음식에 조미료 안 들어간 거 찾기 원래 힘들다.

마치 숙성 잘 된 회나 된다는 듯이 쇼케이스에 누워있는 스프링롤은 너무 귀여웠기 때문에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손이 빌 때마다 말아 놓는 모양. 2개 2000원짜리 스몰 사이즈가 있어서 에피타이저로 딱 좋았다. 

이상한 소스를 처덕처덕 발라놓지 않아서 맘에 듬. 필요는 없었지만 스윗칠리소스를 따로 준다. 양배추 샐러드는 컨셉이 이해가 안 되어 남김.

디폴트 상태의 쌀국수. 처음이라 기본형으로 먹어보려고 양지쌀국수를 시켰다. 고기가 여섯 점v

육수를 쭉 마셔주고- 숙주를 바닥에 깔고, 양파 절인 것을 넣고, 고수를 부탁해서 오늘의 해장을 완성한다. 그래서 오늘도 무사히 해장하고 다시 사람이 되었다. 네. 제가 어제 좀 심하게 마셨지요. 그래도 이렇게 잘 용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엔 스지쌀국수로 용서해주시옵소서.

덧글

  • 2012/11/07 23: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07 23: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핀빤치 2012/11/08 04:12 #

    오 쌀국수! 좋아하는데 담에 저도 홍대에서 약속 있을 떄 가봐야겠어요ㅎㅎ
  • Blackmailer 2012/11/08 23:24 #

    처음 열었을 즈음 가서 먹어봤었는데, 튀긴 파의 향이 아주 강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 naut 2012/11/09 00:10 #

    헉. 뭔가 튀긴 노란 걸 얹어주는 게 파 흰 부분이었나요? 스태프핫도그에서 얹어주는 양파튀김 같은 건가? 하고 지나쳤는데 ㅎ
  • a or A 2012/11/11 09:26 #

    비도 오고하니... 무지하게 땡기는군요.
  • 2012/11/11 11: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1/12 11: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12 12: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1/12 13: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1/12 22: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eunload 2012/11/13 12:53 #

    저는 여기가 '핫스팟'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닭고기볶음밥 하나 주세요-했거든요..
    함께주시는 국물을 먼저 먹어보고는, 아, 여기 뜨겠구나. 싶었지요. 푸훗..
    요즘엔 과도하게 한국식으로 꾸며낸 스타일뿐이라 지겨웠는데 이곳 쌀국수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겠어요.
    볶음밥도 괜찮았으니 나중에 들릴 때 한번 드셔보시길.
  • naut 2012/11/13 17:16 #

    파인애플볶음밥도 아주 호평인 모양이더라고요. 동네라 자주 용서 받으러 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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