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식당의 맛을 결정하는 것 Discovery

음식의 맛은 공기가 결정한다. 여기서 공기Atmosphere란 분위기 비슷한 것이다. 제목에 공기라고 했다가 댓글에 다들 혼란스러워하셔서 '분위기'로 제목을 수정했다;;; 감성에 호소하는 분위기와 감성 뿐 아니라 기능에 종합적으로 소구하는 공기는 좀 다른 얘기라, 아무튼 내가 하려는 얘기는 식당의 '공기'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음식이라도, 식당의 분위기가 음식에 집중할 수 없게 한다면 맛은 반감된다. 그러니까 맛은 마음 먹어지기에 달렸다.
더군다나 오픈 직후의 음식점이란 터지기 직전의 타들어가는 폭탄이나 다름 없다. 우선 '친구들'이 오픈빨을 내주기 위해 우르르 방문한다. 그 친구들은 친구네 집에 놀러온 것이므로 생면부지로 돈을 내고 먹으러 온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한 마디로 자기네 안방처럼 굴고, 작게는 시끄럽다는 얘기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거쳐 완벽하게 오픈시켜놨더라도, 오픈 직후에는 동선이나 세팅에서도 문제는 발견된다. 영업을 해나가면서 하나하나 고쳐야 할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오픈빨 손님은 그걸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시험군이다. 
오픈 직후면 업주의 가족도 한몫 거든다. 일도 못하면서 아마추어가 동선을 헤집고 다니며 식당을 뒤집어 놓는다. 자신은 도우러 나온 것이므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업주 또한 의식하지 못한다. 혹은 지적하지 못한다. 아직 그 누구도 자기네 집과 영업장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뭉뚱그리자면, 어수선하다. 마치 낯선 사람 장례식장의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눈치보며 어설픈 수육을 집어먹는 기분이다. 오픈 직후부터 완벽한 퍼포먼스를 내는 식당도 물론 있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픈 직후의 식당은 내 돈 내고 먹는데 맛없게 먹게 되는 장치를 다들 가지고 있다. 

어제의 그 음식점의 공기를 망쳤던 요인>>
1. 서빙 동선이 정리되어있지 않음. 맥주를 주문한 사람 앞에 놔줄 건지, 중간에 대충 놓을 건지, 왼쪽으로 들어와서 줄 건지, 오른쪽으로 들어와서 줄 건지 하나만 하시오.
2. 음식이 주문한 순서에 대한 배려 없이 나오는대로 나옴
3. 업주보다 연배 높은 지인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별 거 먹지도 않으면서 업주와 왕성한 대화를 나눔. 오랜만에 만나셔서 가게와 관계 없는 신변잡기까지.
4. 업주와 그 가족이 손님이 먹고 있는 동안 가게 안팎을 심하게 들락거림
5. 업주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환기가 전혀 안되어 직후에 따라들어간 사람이 화장실 창문을 활짝 열고 화장실 문도 열어놓고 나옴. 가게에서 피우기 민망하시면 옷 입고 밖에 나가서 태우시지.
6. 업주의 가족이 가게 끝에서 끝까지 우렁차게 가게의 문제에 대해 업주와 대화를 나눔.
7. 음식을 하나 나올 때마다 주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크고 무거운 접시를 바 너머로 여러 번 받아야 했음
8. 필요이상으로 큰 그 접시가 테이블에 비해 너무 커서 다 먹은 것을 어찌 하지 못해 쌓아놓아도 그 너저분한 것을 제 때 치워주지 않음
9. 손에 익숙치 않은 건지 포스가 안 돼서 시간이 지체됐음에도 뚱한 표정으로 미안해하지 않음
10. 겨울철임에도 실내 온도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움. 출입문에 난로를 놓지 않으면 안 되는 난방 설비 세팅임에도 준비돼있지 않음. 
11. 식기세척기의 야릇한 온기만 담긴 접시에 나온 음식은 나온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싸늘하고 딱딱하게 식어버림.
12. 손님은 없는데 다른 일들로 바쁘셔서 주문하기 미안한 상황을 방치함.

1번부터 12번까지 입맛 버렸던 이유가 "손님은 왕"이라는 생떼를 부리며 알량한 객단가 주제에 곤조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면 할 말은 없는데. 음식 좀 열심히 잘한다고 해서 "이런 식당에서 그 정도 디테일은 포기해"라고 말하는 것도 곤조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이 식당의 기본기라는 주장이 순진한 이상주의는 아닐 것이다. 파인다이닝 수준의 잘 정리된 디테일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음식 맛을 해치지 않는 공기라는, 최소한의 디테일은 어디에나 필요하다. 이렇게까지 디테일이 준비가 안됐다면 그 점을 인정하는 제스처인 가오픈 기간을 좀 두고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서 잘 오픈했으면 안됐나? 제값 내고 먹으면서 시뮬레이션에 동참하게 된 것이 심히 유감이다. 깎아주진 않아도 좋은 푼돈이었지만, 맛있게 먹기 힘들었고 푼돈도 돈이라 내 돈이 아까웠다.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덧글

  • 레드피쉬 2012/11/28 10:58 #

    ㅎㅎ음식을 만들어두고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맛이 없어진다는 그런 얘길줄 알고 들어왔네요ㅎㅎ
  • naut 2012/11/28 11:14 #

    본의 아니게 낚시를 ㅎ.ㅎ
  • 노란개구리 2012/11/30 09:51 #

    저도 윗분이랑 같은 의미인 줄... 아니면 공기 안좋은 곳에서 잘 변질된다던가 뭐 그런얘긴 줄;;; 근데 이쪽이 더 재밌네요. 읽으면서 상황 하나하나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가기 뭐해지는 가겐데요 ㅎㅎ
  • naut 2012/11/30 13:13 #

    제...제가 졌습니다; 제목 분위기로 수정했네요 ㅎㅎ
  • 냠냠맛있는음식 2012/11/30 10:07 # 삭제

    그래서 한평생 해온 맛집이라고 하죠? 그런데 가보면 조용하면서도 장사가 잘 되는가 봐요.
  • naut 2012/11/30 13:14 #

    물리적으로 조용하진 않더라도 쾌적함이 있죠. 그 차이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 늄늄시아 2012/11/30 17:20 #

    공감합니다. 특히 업주의 가족 및 친구들 부분에서요.

    업주랑, 업주의 친구랑, 가족들이 도와준답시고 주방을 들낙거리는데....러시 쳐내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걸기적거리더라구요.

    또 외국에서 레시피를 공수 해 와서 오픈을 하는 경우 "오픈빨 손님"은 그냥 "마루타"인거죠.

    오픈 전

    늄 : "이 레시피 한국사람들에게는 안맞을거에요."
    업주 : "이 레시피가 오리지널이야. 개량스픈이랑 저울 써서 하라능!"

    오픈 후

    업주 : "셰프! 음식이 짜대! 어떻게 된거야?"
    늄 : "한국사람 입맛에는 안맞을거라고 했잖아요."

    결국 레시피 수정...오픈 전에는 말해도 안듣거나 한번 털리고(?)나니 그때야 듣더군요.(로망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하고 난 후에!) 오픈초기에 오신 손님들은..비싼 돈 내고 입에 맞지도 않은 음식을 드신거죠. (현지의 맛 그대로 하면서 밀어붙이다가 결국 망하기도..)
  • naut 2012/11/30 19:12 #

    주방 스태프 입장에선 그렇게 되는군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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