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초 소바, 스바루, 방배동 Review

이땅에 차갑게 먹는 소바는 흔하다. 뜨끈한 우동도 흔하다. 하지만 뜨끈한 소바는 어디 가서 잘 먹기 참 힘들다. 온소바가 먹고 싶은데 잔치국수집에서 파는 온소바를 먹을 수는 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명해져 있는 방배동 스바루에 온소바가 있다길래 근처에 간 김에 쪼르르 달려갔다. 

블로그의 유명세에 비해 너무 한산한 것이 우선 놀라웠다. 쾌적한 컨디션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게였고, 온소바 또한 똑부러지는 맛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게 놀라웠다. 위치와 가격대가 걸림돌이 되는 걸까. 

여우는 아니지만 키츠네 소바는 좋아하니까 키츠네 소바. 면은 손수 만드는 것이 분명했으며, 정확히 22초를 삶는다고 하시던데, 아무튼 심이 살짝 느껴지도록 최적으로 익혔음에도(혹은 최적으로 익혔기 때문에) 툭툭 끊어지는 정도로 보아 메밀 함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 물론 메밀 100%가 무조건 맛난 소바라는 얘기는 아니다. 육수나 고명에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는 완성도가 있었다. 소바로 세계 1등을 할 건 아니지만 스바루라는 식당 하나를 놓고 본다면 이미 그 안에서 최고치의 완성도를 뽑아낸 성의 있는 음식이었다. 물론 서울에서 손에 꼽을 만한 완성도였고. 오리 소바도 하던데, 다음에 방배동에 갈 때는 당연히 오리를...

이전에 은퇴 후 음식 장사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은퇴 후에 음식 장사를 생업 삼겠다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 모범사례로 얘기하고 싶은 식당이다.

근데 깍두기와 단무지는 왜 주는지 잘 모르겠더라?

덧글

  • 레드피쉬 2012/12/12 00:36 #

    깍두기와 단무지를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기때문이겠죠^^ 우리나라사람들이라면 습관적으로 국물있는 면요리먹을때 찾는거 갘아요ㅎ
  • 종이책 2012/12/12 13:45 #

    처음 갔을 때, 가게 주인 댁 아는 집 꼬마애 둘이서 학원가방 들고 저녁 먹으러 와서는 저희 옆테이블에 앉았었어요. 소바는 처음인지 많이 남기고는 밥 달라 그래서 저 깍두기랑 한그릇 다 먹고 가더라구요. (괜히 서정적으로 정경을 묘사해봄)
  • naut 2012/12/12 20:01 #

    (뭔가 귀여워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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