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에 대한 트리비아22 Review

온전히 굴 시즌이 되어 굴에 대한 트리비아13에 이어지는 증보판 발행. 2차 증보판도 커밍 순.



1. 진정한 의미의 자연산 굴은 없다. 다 양식이다. 

2. 국내산 굴은 품종이란 게 없고 어떤 환경에서 양식했는지만 보면 된다. 

3. 서해안은 갯바위에 굴을 붙여놓는다. 만조와 간조를 오가며 물에 잠겼다가 갯벌에 나왔다가 하며 굴이 알아서 퍼져나간다. 이것도 양식이다. 알이 잘아 보통 까서 판다. 김장용으로 한 바가지 사는 것이 이 굴. 서해안 갯바위엔 다 붙어있다. 안면도 근처 바닷가에서 물 빠질 때를 골라 할머니가 따서 갓 파시는 걸 기다렸다 사먹은 것도 맛있었고, 혹자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덕적도 굴을 최고로 친다. 서해의 굴을 캘 때 사용하는 도구를 전문용어로 쪼새(쪼세, 조새, 조세)라고 한다. 

4. 남해안은 굴을 줄에 붙여 바다에 담가놓는다. 수하식이라고 한다. 영양을 잔뜩 먹고 덩치가 커진다. 봉지굴로 수퍼에 들어오는 것이 이 굴이다. 껍질을 한 면만 벗겨 석화로 횟집에 깔리기도 한다. 통영은 이 굴의 거대한 공장이다. 

5. 노르망디식으로 양식하는 굴도 있다. 몇년 전 어느 훌륭한 분이 노르망디의 양식법을 가져와서 유행했다. 굴을 넓적한 판에 박아놓고 물이 빠졌다 나갔다 하는 환경에 둔다. 이 굴은 무슨 수를 쓰는진 몰라도, 산란을 조절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에도 나온다. 남해 굴보다 큰 상태에서 수확한다.

6. 노르망디식 굴은 종자 자체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가져온 것이다. 

7. 노르망디식 굴의 브랜드는 '오솔레'다. 이 굴은 남해굴보다 탄력이 우수하다. 쉽게 말해, 쫄깃하다. 고가의 굴 시장을 형성해 호텔이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공급되고 있다. (주)씨에버라는 회사에서 양식하고 있는데, 청담동에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굴 레스토랑 시오리가 있다.

8. 오솔레는 서천이 15ha로 가장 큰 양식지이다. 연평도에도 계약 양식장이 있다.

9. 강과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에서 거대하게 자라는 강굴도 있다. 벚굴이라고도 한다. 엄청 크다. 봄에 섬진강 유역에서 먹는다.

10. 굴은 맛에 따라 (내가) 두 종류로 나눈다. 까만 굴과 하얀 굴이다. 색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맛에 따른 분류다. 까만 굴은 쌉싸래한 바다 맛이 강한 쪽, 하얀 굴은 크리미한 농후한 맛이 강한 쪽이다. 색이 아니라 굴의 관상(?)에 따라 구분한다. 길쭉하냐 동그랗냐, 덩치가 큰가 작은가의 문제도 아니다. 보면 아는데, 뭐라 설명하긴 어렵다.
하얀 굴
까만 굴이다.

이 사진에서 까만 굴과 하얀 굴을 구분해 보세요

11. 쉽게 가자면, 서해굴은 까만 맛, 남해 굴은 하얀 맛에 가깝다.

12. 빠지면 서운한 것이 전라남도의 고흥 굴이다. 수하식 굴 공장 통영 근처인데 이쪽은 갯바위에 붙인다. 남해 굴과 서해 굴의 중간 정도 특징을 갖고 있다. 남해 굴보다 약간 작지만 서해굴처럼 까만 향이 진하다. 


13. 고흥에는 피굴이라는 로컬 음식이 있다. 껍데기째 여러번 끓여 거른 진한 굴향의 차가운 음식이다. 서울에는 파는 곳이 없다. 안 먹어본 굴 음식이 있으면 안 되니깐(응?) 올겨울 꼭 먹으러 가려고.

14. 굴은 알려져있다시피, 여름은 산란기이기 때문에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한다.

15. 절묘하게도, 달 이름에 'r'이 들어간 달에만 먹는다. JanuaRy, FebRuaRy, MaRch, ApRil, May, June, July, August,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 고대시대에 율리어스 시저가 달 이름을 정할 때 굴을 먹을 수 있는 달을 표시하기 위해 이렇게 정한 것 같다(뻥) 

16. 굴을 까는 건 요령만 있으면 쉽다. hinge(뿌리 부분)를 비틀어 따면 열린다. 세 번째 마디를 따는 방법도 있다. 관자가 아래 위에 다 있으니 칼을 넣어 베어야 한다.

17. 굴을 씻는 방법은 수돗물에 박박 빠는 것이다. 뻥이다.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되고 약한 소금물에 재빨리 헹궈 지저분한 것만 씻어내야 한다. 굴 향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18. 굴을 까다가 진주가 나왔다는 현대설화는 모두 사실이다. 정말 나온다.

19. 굴은 성장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껍질을 만든다. 굴껍질 100g에는 동량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돼있다. 굴을 많이 양식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막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깨끗한 지구를 유지하는 길이다(응?)

20. 생굴을 많이 먹으면 탈나는 경우가 있다. 인체 배설물에서 기인하는 노로 바이러스 때문이다. 오한, 복통 정도의 탈이니 죽지는 않는다. 85도 이상에서 사라지는 바이러스니 익혀 먹는 굴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노로 바이러스 검출 여부에 따라 생식용, 가열용을 엄격하게 구분해 판매한다. 한국의 경우 규제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다. 자율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참여도는 미미하다. 참고 기사

21. 노량진 등 시장에 가면 껍질을 까놓지 않은 것을 찜용, 하프셸을 석화로 파는데 예상했겠지만 이거 같은 (남해산) 굴이다. 집에 가서 까먹을 자신이 있다면 까놓지 않은 굴을 사서 바로 까서 먹는 것이 당연히 더 신선하고 맛도 우수하다. 

22. 굴은 자체로 맛이 강하다. 신선한 석화나 갯굴이라면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레몬까지는 괜찮다. 

23. 초고추장, 마늘, 참기름, 트뤼플오일, 토마토, 바질 등 굴에 쓸 데 없는 걸 올리는 요리사는 다 좀 맞아야 된다.

저는 서해 갯바위에 쪼새 하나 들고 달라붙어서 갓 쪼아내 바닷물에 살짝 헹군 까만 굴을 아주 좋아합니다. 
굴 먹고 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덧글

  • der Gaertner 2012/12/09 10:42 #

    유익한데다가 재미있기까지!!! 바닷가에서 갓 캔 굴은 먹어본 적이 없고 집이나 식당에서만 먹어봐 말씀하신 진가는 아직 모르는 1인이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저는 오늘 아침 반찬으로 굴전을 먹었네요(..)
  • naut 2012/12/09 10:45 #

    2차 증보판에 쓸 얘기인데, 익혀 먹는 굴은 하얀 맛의 남해 굴이 어울리지요. 봉지굴로 구하기도 무지 쉽고요. 굴튀김 굴전 굴국 좋아요 :3
  • 레드피쉬 2012/12/09 10:53 #

    통영출신이다보니 잘 읽었네요^^ㅎㅎ 모르는 내용도 몇가지 있었네요ㅎㅎ

    굴은 까는것도 중요하다고 하는군요, 양식업 하는 친구놈의 말에 의하면 까는 사람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고;;ㅎㅎ
  • naut 2012/12/09 10:56 #

    지...진심 부러워요. 양식하는 친구분! 굴! 김! 다시마!
  • 레드피쉬 2012/12/09 11:00 #

    굴,생선.....
  • 번사이드 2012/12/09 11:23 #

    정확히 노르망디인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프랑스도 굴이 전염병으로 다 괴사해서 결국 일본쪽 굴 종자를 들여와 다시 대량양식에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국내에 굴은 흔한데, 서울이나 신도시에서 좋은 걸 접하긴 은근히 어렵기도 하네요. 좋은 굴 먹고 싶습니다. 히로시마산 굴튀김은 먹어봤는데 달랑 3개 나오니 감질 나더군요~
  • naut 2012/12/09 11:41 #

    일본은 산지마다 굴 맛이 달라 오이스터바도 구색이 갖춰져 굴 먹는 재미가 있는데, 그중 쿠마모토 굴은 맛난이 중 맛난이로 꼽힙니다. 근데 이 쿠마모토 굴도 말씀하신 경우처럼 정작 쿠마모토에서는 멸종해버렸고 종자를 가져가 캘리포니아 어디서 양식한 것이 역수입되기도 한다는군요. 최근엔 미국으로 수출했던 종자를 역수입해서 쿠마모토 굴을 되살리고 있다고 합니다.
    통영굴 아닌 굴도 껍질째 서울로 올라오긴 하는 모양이던데 어떻게들 구해 파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고흥 굴을 택배로 공구해 갈라먹는 신공을 써볼까요;;;?
  • 笑兒 2012/12/09 16:56 #

    22, 23에 급 공감이요! :D
    그 자체로도 맛있는 굴을! 왜-_- 엉뚱한 짓을 해대는지, 에잉!!
    ps. 저도 함평서 사촌새언니가 보내주는 직접 채취한 자연-_-굴 맛을 들어버려서 ㅠ
    .....밖에 어디서 엥간한 굴 내밀어도 못먹....어요 ㅠㅜ
  • naut 2012/12/09 23:21 #

    어느 정도는 타협하셔야 굴을 많이 :3 먹을 수 있습니다(읭?)
  • 놀자판대장 2012/12/10 19:32 #

    굴 맛있죠... 으으 먹고 싶다 ㅠㅠ
  • naut 2012/12/11 08:00 #

    제가 어제 굴을...
  • 시쉐도우 2012/12/10 20:15 #

    지금까지 굴먹으면서 진주발견한 적이 한번도 없네요. (그런 뽑기운은 없는 탓인지도...)

    굴하면 어느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 기억납니다. 삼촌에 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돌다가 결국 나중에 만난 삼촌이 어느 배에서 굴까주는 역할을 하고 있더란 이야기... 어린 나이에도 문득 그 삼촌이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궁금해지더라구요.
  • naut 2012/12/11 08:01 #

    로또도 당첨되는 사람이 분명 있으니까요 ㅠㅠ
  • 푸른별출장자 2012/12/10 21:45 #

    한 이년전에 저도 굴 이야기 올린 적이 있는데...

    노르망디 굴이란게 벨롱이나 말롱 종류 라면 양식이 꽤나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

    제가 전에 올린 포스팅은 http://bluetaipei.egloos.com/1386663 입니다.
  • naut 2012/12/11 08:02 #

    재밌게 읽었습니다 :)
  • 2012/12/10 23: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11 08: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하로 2012/12/11 00:23 #

    굴 종류가 그리 많고 맛도 다 다르다는 것을 전 미국가서 알았습니다.. --;
    시애틀의 시푸드 레스토랑 오이스터바에 앉으니 그야말로 천국!
    계산서는 지옥! ㅠㅠ
  • naut 2012/12/11 08:03 #

    홍콩의 오이스터바도 호주산 일본산 다양하게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0-
    거기 계산서도 지옥! ㅠㅠ
  • 얼룩말 2012/12/11 01:23 #

    외가가 남해군에서 굴 양식(마을 공동)하시는데, 통영굴과 또 달라요.

    통영굴은 두해만에 출하해서, 크기가 큰데 비해, 외가에서 먹는 굴은 크기가 작네요.(손가락 한마디정도)
    수하식으로 하고 있구요...

    원래 뭐든지 산지에서 먹는 맛이 각별하지만, 외가에서 바로 껍찔 까서 먹는 굴 맛은 최고더라구요.

    개인의 취향으로는 크기가 큰 굴은 튀김종류가 적절한듯... 생식은 작은 굴이 좋더라구요.
    굴국밥에도 작은 굴...

    큰 굴은 국에 넣으니 식감이 멍청해져서 별로 선호하지 않네요

    굴 뿐 아니라 모든 갯것들은 민물이 닿으면 비린내가 강해지므로 반드시 소금물로 가볍게 헹구는게 중요하지요.

    어쨌든! 겨울이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겨울이 행복한 몇 안되는 이유!
  • naut 2012/12/11 08:05 #

    동감입니다 :)
  • Ithilien 2012/12/11 03:04 #

    오오오오. 상당히 유익하고 배가 땡기는 포스팅이군요. ㅠㅠ

    굴 좋아요! 굴! 사실 싱싱한거 걍 쌩으로 먹어야 맛있는데 뭐하러 별 잡것들을 내놔서. ㅠㅠ

    진짜 바로까다 먹는 굴이 제일이라는건 십분 공감합니다!
  • naut 2012/12/11 08:06 #

    추운 날 갯바위에 붙어서 샤블리 한 병 끼고 굴 까먹는 원시인 발견하면 저인 줄 아세요...( -_-)
  • 듀란달 2012/12/12 14:21 #

    조상님 선산을 이장하기 전에는 바닷가에 있었는데, 바닷가 바위에 붙은 굴을 동전으로 비틀어 따서 바닷물에 헹궈 먹었던 추억이 나네요.
  • naut 2012/12/12 20:00 #

    수렵채취가 맛나죠
  • chemica 2012/12/13 18:36 #

    에이 .. 굴 먹고 싶어 졌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