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 유전자 Review

그야 물론 제대로 만든 음식이 맛있다. 장난 같은 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으려 하고, 장난 같은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잘난 척해봐야 뗄래야 뗄 수 없는 업보 같은 장난 같은 음식이 있다. 장난 같은 음식에도 정도가 있는데, 이건 도가 지나치다. 명명백백하게 인정하는데 완전한 괴식.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하고는 있지만 끈질기게 먹게 되는 걸 보면 이것도 참 집요한 길티 플레저다. 사람 누구에게나 한두 개 괴식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다. 

그야 물론 만두는 이렇게 제대로 만든 게 맛있다. 반죽부터 소까지 잘 만들어서 주시면, 아이고 맛있습니다 하고 잘 먹는다. 잘 만든 만두는 피가 두꺼운 왕만두도 맛나고 구워 먹어도 맛나고, 무엇보다도 쪄서 먹는 게 맛난다. 이것 참 훌륭한 음식이다.

하지만 괴식 유전자는 이런 걸 먹게 한다.


먹는 방법조차 장난이다. 찌거나 굽지도 않는다. 전자레인지에 땡 돌려 먹는 걸 먹는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릇에 덜기라도 하면 좀 나을텐데, 기왕 하는 거 비닐포장에 구멍만 내서 돌리는 게 더 제대로이니 먹는 게 아니라 처먹는 것이다. 와, 이건 좀 심해서 만취해서 어딘가에 자리를 틀었을 때 미친 짓처럼 저지른다.

핫도그 또한 훌륭한 음식이다. 튼실한 소시지를 이렇게 빵 사이에 쑥 끼워서 양파와 머스터드, 피클을 곁들여도 좋고 칠리를 곁들여도 훌륭하다. 양파나 샬롯 튀긴 것을 얹어도 바삭한 것이 기분 좋게 씹힌다.

그런데 괴식 유전자 때문에 항상 냉동실에 상비하는 것은 정작 냉동 핫도그다.
배고플 때 전자레인지 1분만 기다리면 되니까 후딱 먹기 좋은 데다 맛까지 좋아(...) 너무 자주 먹는다. 이걸 취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대형마트에서 파는 5개, 10개씩 들어있는 타제품을 여럿 먹어보았지만 사진의 편의점 개별포장 제품이 괴식의 맥락에서 최고다. 몸에 좋게 만든다고 하는 별별 핫도그가 다 있지만 그럴수록 맛이 없어진다. 괴식은 괴식일 때 아름다운 것이다.

게다가 이 두 개의 괴식에는 화룡정점으로 케첩까지 처덕처덕 '발라' 먹는다. 가관을 완성하려는 인류의 노력에는 끝이 없는 것이다. 

직접 만들어 먹자면 케첩도 얼마나 훌륭한 음식인가에 대해서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로 할 말이 많지만 괴식 유전자는 그런 거 안 찾는다. 
하필이면 딱 이거다. 어떻게 케첩을 먹었는데 같은 회사 참치나 3분카레랑 같은 맛이 나냐고 멱살을 붙들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관이 엽기적인 케첩에서 끝났다면 차라리 괴식이라는 표현을 안 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 같이 먹는 음료가 진정한 괴식의 화룡정점이다.
하필이면 이 조합에서는 우유가, 그 중에서도 하필이면 멸균우유가 어울린다. 아아아! 괜한 유전자가 만든 가관은 이렇게 완성된다. 괴식 유전자는 존재한다. 인사가 늦었지만 새해에도 괴식과 함께 훌륭한 한 해를 보내봅시다 'ㅂ')//


<이미지 출처: 각사 홈페이지, 구글 검색>

덧글

  • NB 2013/01/05 10:49 #

    어째 PX에서 본 듯한 조리법이네요...
  • 아비달짐 2013/01/05 13:17 #

    냉....냉동의 추억!
  • 양배 2013/01/05 13:29 #

    찔린다... 근데 냉동만두는 렌지에 돌려먹는게 더 맛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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