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 김치 쇄국주의 Discover

내일(현지 2일~7일)부터 아제르바이잔에서 유네스코 위원회가 열려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킬 것인지를 의논하게 된다. 한국이 세계유산위원회에 위원국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으니, 아마 이 바람직한 로비의 결과로 더욱 힘을 얻은 '김장문화'는 무사히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70

다만 그에 앞서 만연한 김치쇄국주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일본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스파게티 면을 삶아 케첩에 버무려 볶는, 이탈리아의 고매한 파스타 전통으로 놓고 보자면 버르장머리 없는 음식이다. 실제 2009년 그 발상지인 요코하마에서 창설된 ‘일본 나폴리탄학회’가 ‘나폴리 귀환’을 기획해 2012년 4월 나폴리에서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팔았을 때, 나폴리 시민들로부터 ‘항구도시 나폴리의 정체성을 음식에 이용하려면 해산물이 필수다’ ‘이건 면이 (알덴테를 지나쳐) 너무 익었다’는 악평을 받은 일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에게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창피할 이유는 없다. 일본이 2차대전 패전한 직후 연합군의 주둔지였던 요코하마의 뉴그랜드 호텔에서 ‘창시’된 이 음식은 아무튼 독자적인 맛이 있기 때문이다. 전후 50년 넘는 세월을 견디며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적자의 계보에서 놓고 보자면 존재 자체야 못마땅할지언정 서자의 서자의 서자의 자손쯤으로 이탈리아 파스타 족보 귀퉁이에라도 이름을 올릴 법 하다. 이탈리아의 고매한 파스타 전통이 일본에 전파된 사례는 되레 이탈리아 음식문화의 강한 유전자의 증거다. 한국에서 '크림스프'스파게티를 신나게 먹는 것 또한 같은 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스시 역시 파스타 못지 않은 자부심을 지닌 집안인데, 이 댁 역시 캘리포니아로 이민 가면서 서자의 서자의 서자를 낳았다. 밥 위에 날 생선이 업히는 스시의 전통적인 형태는 그 전통의 방법대로 깨끗한 손으로 집어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해 그 형태를 망가뜨리지 않고 단번에 집어 올리는 것이 캘리포니아 땅에서 도통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재료를 안에 넣고 밥을 말아버렸으며, ‘캘리포니아롤’이라는 못마땅한 자손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캘리포니아롤이 창시되던 당시만 해도 스시의 영혼인 숙성된 날생선(혹은 극히 일부의 굽거나 찐 해산물)이 미국 땅에서 곧바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들어간 것이 연어며 아보카도였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보는 이탈리아인의 시선 그대로 일본인들 역시 캘리포니아롤을 놓고 콧방귀쯤 뀌면서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내심 자부심을 느끼는 눈치였다. 캘리포니아롤 역시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멸시를 견디며 살아남은 것처럼 몇십 년 세월을 견디며 존재가치를 증명해, 스시 계보도 귀퉁이에 실릴 자격을 얻었다.

강 건너 불에 불과한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캘리포니아롤을 놓고 보면 그저 음식이 다른 문화로 전파되며 이종교배를 겪고 새로운 형태로 정착된 사례로 침착히 읽힌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족보를 불태우지 않으며, 캘리포니아롤도 스시 전통에 무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김치 집안 얘기가 되면 꼬장꼬장한 노친네 종주처럼 화부터 내고 보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독도나 다름 없는 예민한 문제로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김치가 ‘기무치’가 되어버리거나 외국에서 밍밍한 맛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느낄 새도 없이 멱살부터 잡고 ‘김치는 우리 고유의 것이자, 독보적인 문화’라고 일갈한다. 단가의 문제로 선택되는, 중국에서 생산되어 전국팔도 음식점 밥상에 오르는 중국산 김치도, 일본이 내다 파는 ‘기무치’도 짝퉁이라 매도한다. 발효를 건너뛰는 등 분명 그것이 김치의 에센스를 포기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김치의 짝퉁이라면서 존재까지 부정해야 하나? 오히려 다른 음식 문화권에서 적응을 잘 마치고 기무치로 현지화한 김치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할 사례 아닌가? 기무치가 김치보다 세계에서 더 잘 팔려서 억울한가? 그럼 김치를 더 잘 팔면 될 일이다. 기무치를 부정할 일이 아니라. 그러면서 동시에 중화권에 김치를 수출할 때는 네이밍의 효율성을 위해 '신치'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치환시켜 상표권을 등록하는 쓸 데 없는 노력을 하는 이율배반도 목격된다.

김치가 우수한 음식이며, 자랑스러운 음식문화임은 틀림 없다. 발효 이전에 염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주식으로 달콤한 쌀밥을 먹는 우리의 음식문화에 어울리게 발달된 반찬이다. 그냥 먹어도 상쾌하게 입맛을 잡아주고, 2014년에도 여전히 먹방계의 키워드인 감칠맛으로도 간판을 달 만하다. 가열했을 때는 그 단백질이 발효되어 내는 독특한 향취가 변성되어 고소한 맛이 더해지며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김칫국 등 조리방법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다만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맛을 내는 현재 형태의 김치가 언제부터 정착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반도에 고추가 전래된 경로나 시기에 대해 확인된 정설이 없기 때문이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인을 ‘독살’하기 위해 들여온 것이라는 속설은 아무튼 1978년 발간된 <고려이전한국식생활연구>라는 책 한 권으로부터 나온 통설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확인되지 않은 속설로 따지자면 일본 문헌상으로는 오히려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도 나와 있다.)

아무튼 극성스러운 김치사랑이 화가 되어 김칫국 마시다 망신살 뻗친 것이 최근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권고 사건이다. 유네스코는 올해 12월 2일부터 아제르바이젠에서 열리는 위원회에서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할지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등재권고라는 게 그런 의미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잔치 분위기가 된 문화재청은 어느새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를 것이라고 표현했다가 유네스코로부터 공식적으로 경고를 받고 급히 표현을 수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유네스코는 ‘특정 음식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를 수 없다. 김치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것처럼 알려지면 상업화에 이용될 수 있다’며 잘못된 사실을 계속 전파하면 김장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최종 등재되기 어렵다고 엄포를 놓았다. ‘미셸 오바마가 김치를 트위터에 올렸더니 김치 팔로어가 늘었다. 김치는 곧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며, 기쁘게도 전세계인과 우리 음식 문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번 주말 식탁에 건강한 자극을 주는 김치를 올려보라’는 서경덕 교수의 뉴욕타임즈 광고에 재능기부 형태의 모델로 나선 배우 김윤진만 민망하게 됐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애초에 각종 지식과 기술, 공연예술, 문화적 표현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은 판소리, 강강술래, 남사당 놀이, 처용무,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등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고, 외국의 사례를 보면 나이지리아의 이파 점술, 베트남의 궁정 음악 나냑, 스페인의 플라멩고, 아제르바이잔 카펫의 전통기술,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전통 바이올린 제조기술, 일본의 가부키극, 전통 아이누 춤, 중국의 양잠 및 비단 공예 등이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음식 관련된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그리스, 모로코, 스페인,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식단(지중해 풍경에서부터 농경과 어업, 조리방식, 식탁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교류까지를 포함해), 멕시코의 전통 요리(공동으로 이뤄지는 작물의 재배와 수확에서부터 공동으로 요리하고 먹는 것은 물론 제사까지 포함해), 프랑스의 미식문화(사회적 관습으로서 여전히 발전 중인 레시피 중에서의 메뉴 선택과 식사 매너, 식재료 선택법까지를 포함해)가 올라 있다. 애초에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김치의 자리는 없었다. 그 자리는 공동체 문화로서 예전에는 품앗이 형태로, 현재는 사회기여의 형태로도 이뤄지는 김장에 주어진 자리다. 그 자리를 대충 얼렁뚱땅 김치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우리의 속내다. "김치가 어쨌든 김장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이긴 하기 때문에 김치와 김장문화라고 한국 명칭을(썼었다)"는 문화재청 담당자의 방송 인터뷰가 우리의 애달픈 김치사랑을 대변한다. 김치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한이 서렸다. 그러니 국제적으로 김칫국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김치인데,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백김치 물김치 말고 김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전국팔도의 이색적인(희소성의 이유로) 김치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나? 풀 대신 밥을 그대로 넣은 원시적인 형태의 김치가 아직 남쪽 끝에 남아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누군가 연구해보았나? 지역별로 어떤 김치 레시피를 갖고 있는지 누군가 제대로 정리해봤나? 소멸될 김치 레시피가 얼마든지 있는데 누구 하나 궁금해하기나 해본 적이 있나?